교육부 일본16주일현장학습의 실태와 개선방향 韓国教育部の「16週間日本現場学習プログラム」の実態と改善事項


한국일보 2010년7월12일 / 韓国日報2010年7月12日
한국일보 2010년7월12일 / 韓国日報2010年7月12日

"무엇을 위해서 현장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했는지 목적의식을 갖고 와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주세요." 

지난 11월 7일 오전에 방문한 쿠마모토시의 종합병원 '아케보노 클리닉' 에서 면담한 간호부장은 꼭 좀 한국의 대학과 학생들에게 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낮은 목소리지만 힘주어 말했다. 
그 병원에서는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온 대학생과 대화하기 위해서 통역기계도 구입했다고 했다. 전문용어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일본어능력이 최소 N3 이상은 되어야 병원에서 실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2주일전에는 같은 병원으로부터 현지 교육기관(코토칼리지)을 통해 현장실습 학생이 실습중에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의 대학직원
한국의 대학직원

한국 경기도에 있는 전문대학에서 파견한 학생이었다. 실습중에는 시간이 남더라도 휴대폰을 만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사전교육도 있었지만 그 학생 잘못만도 아니다. 잘못은 일본어능력이 미달이고 의욕이 없는 학생들을 본인의 실적을 위해 억지로 참가시킨 담당직원에게도 있다.  그 직원은 지난 11월 7일에 갑자기 시찰을 온다고 했는데 명함도 들고 오지 않았다. 학생들을 돌봐주고 있는 병원을 방문하면서 그 흔한 대학 기념품도 들고오지 않았고 고맙다는 빈말도 없었다. 그저 본인이 일본의 실습처 병원으로 보냈던 '엉터리 공문'으로 무슨 뒷탈이 없었는지만 수습하려고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뒷탈'은 정작 본인이 쿠마모토까지 와서 스스로 저질러놓고 갔다.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부끄러운 한국인이다.       

한국교육부가 16주일 해외인턴십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6년도부터이다. 그 이전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 하다가 교육부사업으로 이관된 것이다.  전국의 4년제 대학과 2년제 대학에서 선발된 학생들이 세계 각국으로 한 학기 16주일간 인턴십(직장체험)을 다녀오는 것이고 한 학기 18학점~24학점을 온전히 취득할 수가 있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2010년 7월 "빛 좋은 개살구" 로 비난받았던 한국 교육부의 16주일 해외인턴십 사업이 그후 15년이 지난 2025년에는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아보자. 한국교육부의 16주일 해외현장학습 사업이 시작된 이후 일본의 도쿄, 오사카, 후쿠시마, 쿠마모토 등에서 21년간 묵묵히 일본현장학습을 중개하고 실현해 온 NGO단체 담당자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한 학기 동안 우리 대학생들이 지루한 강의실을 떠나 일본현지에서 어학연수와 직장체험을 할 수 있고 학점도 받고 일본문화에도 접할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이다.  사전교육비, 왕복항공비, 현지숙사비, 전기가스수도비, 현지교육비, 현지서포트비, 현장실습기관 제공까지도 모두 정부예산(국민세금)으로 지원된다. 본인부담은 현지에서 사용하는 식비와 현지교통비 정도이다. 식비와 교통비는 어디에 있더라도 필요한 경비이고, 숙사비와 전기수도가스비를 절약 할 수 있으니 단순 경비차원에서 보더라도 한학기를 국내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다. 
그런데 왜 서울이나 지방의 이른바 우수대학은 이 좋은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까. 첫째는 한 학기를 고스란히 해외 실습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18학점~22학점을 고스란히 인정받는 것에 대학이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각 대학마다 양질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미 해외유학이나 교환유학 등을 경험한 학생이 대부분이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장래를 위해 준비할 다른 일이 많기 때문이다. 셋째 16주일 현장학습 프로그램은 저소득 취업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지고 저소득계층에게는 지원금이 30% 추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독일의 경우 대학생 각자는 본인이 경험하고 싶은 국가를 선택하고 체험하고 싶은 실습회사를 학생 스스로 찾아오면 대학은 그 실습기관(회사)과 계약을 하고 학생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경비는 1개월당 300유로(50만원) 정도를 1개월~6개월까지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항공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비자는 학생본인이 알아서 받는다. 현지관리는 본인책임이고 숙사비도 교육비도 본인부담이다. 유럽내 인턴십은 Erasmus+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유럽 이외 지역의 인턴십은 PROMOS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그에 비해 한국교육부의 해외현장학습은 대학졸업을 앞둔 대학생에게 유치원생 수준의 대우를 하고 그 응석받이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한국 교육부의 16주일 일본현장학습 모집공문 (2025년 2월)
한국 교육부의 16주일 일본현장학습 모집공문 (2025년 2월)

 

16주일 현장학습을 해외국가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절차가 있다. 
첫째, 국경을 넘어 다른나라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그 나라가 정한 재류자격(비자)을 취득해야 한다. 일본의 입국관리국이 해외 대학생의 일본내 직장체험을 위해서 정해놓은 비자는 '문화활동비자' 와 '인턴십비자(제9호고시)'가 있다. 나중에 설명하지만 한국 교육부가 실시하는 16주일 현장학습의 경우에는 '문화활동비자'를 받아야 한다.   
둘째, 현지에서 4개월간 거주할 예산에 맞는 안정된 숙소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에서 외국인이 숙소를 구하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고 지방도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도쿄나 오사카와 같은 대도시에서는 한국인 중개업자나 쉐어하우스를 구할 수도 있지만 4개월 단기계약은 어렵다. 가구와 생활가전에 갖추어진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안전한 숙사시설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세째, 현지에서 현력해줄 수 있는 교육기관이 있어야 한다. 일본에 오려고 하는 유학생은 많고 1개월 단기연수와 번거로운 비자절차를 부담하고, 학생관리 책임을 지려고 하는 교육기관을 일본에서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네째, 학생들에게 실습기회를 제공해 주는 전공에 맞는 실습기관(단체, 회사)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두번째로 어려운 일이다.  일본어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한국인 대학생을 기꺼이 받아주려는 일본의 회사는 없다. 인턴을 받게 되면 그 인턴에게 적절한 업무를 제공해야 하고 지켜봐야 하고 가르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사내정보가 빠져나갈 리스크도 있고, 일본에서 통상 인턴십은 무급이고 1주일 정도의 기간을 한다. 또한 9월~10월에 몰려있기 때문에 일본기업은 장래 사원으로 채용할 수도 있는 일본인대학생을 우선으로 받으려 한다.     

 

비자의 종류는 나라마다 다르다. 예를들어 한국에 있는 재류자격이 일본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재류자격도 있다. 한국의 '계절근로(E-8)비자'는 일본에는 없다. 일본의 '문화활동비자'와 '인턴십비자'는 한국이나 호주에는 없다. 각 가정마다 어떤 사람을 자기 집에 들여보낼지를 결정하는 권리는 온전히 그 집주인에게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호주에서는 A라는 사람을 환영하지만 일본에서는 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과거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교육부와 전문대교육협의회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문제였다. 2006년부터 2012년경까지 한국 교육부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글로벌현장학습을 보냈고 교육부 산하의 한국전문대학협의회는 각 대학이나 관계자들에게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16주일인턴십을 가도록 권했었다. 그 이유는 "호주는 되는데 왜 일본이 안된다는거냐" 였다. 2012년경 일본의 전통여관(=저가 온천여관)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20학점 인정 현장학습을 하던 한국대학생들이 일본 입국관리국의 일제단속을 받고 추방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그때부터 한국의 전문대학은 워킹홀리데이 비자와 문화활동비자의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고, 호주와 일본이 다르다는 것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경우는 한국 교육부가 꿈꾸는 현장학습에 적법한 비자는 '문화활동 비자'이다. '인턴십비자(제9호고시)'가 있지만 이 비자는 베트남이나 네팔,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오는 대학생들이 온천여관이나 노인요양병원 등에서 최소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이다. 일본은 2009년부터 '기능실습' 비자를 신설하여 2025년까지 국제공헌이라는 명분으로 아시아국가에서 50만명의 단순노동자를 모집하여 최저임금보다 낮은 저임금 노동자로 고용하고 가족초청이나 임신을 금지하고 5년 이내로 자국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일본의 '인턴십비자'는 외국인 고기능(高機能)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선호할 수도 있지만 결국 저급호텔이나 요양시설에서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서 온 '기능실습' 또는 '특정활동' 재류자격의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다름아닌 '외국인노동자'로 근무하게 된다. 한국 교육부와 대학이 기대하는 '학점취득에 어울리는 전공지식 관련 업무'는 아니다.  따라서 '인턴십비자'는 그 규정이나 명분과는 다르게도 한국 대학생들의 현장학습에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양국간의 '워킹홀리데이 협약'에 따라서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있고 양국 정상간 합의로 올해 2025년 10월부터는 2회(2년간)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상대국을 여행하고 체험하고 일해서 자유롭게 취업해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고 어학연수도 가능하다. 청년교류 프로그램으로 가장 이상적인 재류자격이다.    
그러나 호주와는 다르게도 일본국에서는 "인턴십은 대학생 등이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일본의 공사(公私)기관의 업무에 종사하는 활동이고, 워킹홀리데이와는 제도의 취지가 다르므로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라고 정하고 있다.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일본에서 활동하는 경우에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공지가 추가된 것도 바로 2010년 무렵이었다. 필자는 당시 일본법무부 입국관리국에서 파견나온 비자담당 영사가 한국교육부의 태도(호주는 되는데 왜 일본은 안된다는거냐고 태연하게 주장하는 태도)에 쓴웃음을 짓고 어처구니없어 하던 표정을 지금도 기억한다. 
 

 

주한일본대사관 워킹홀리데이 비자관련 공지사항
주한일본대사관 워킹홀리데이 비자관련 공지사항

 

위에서 언급한 4가지는 한국교육부가 2006년부터 21년간 매년 실시해 온 '16주일 일본현장학습'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넘어야만 하는 산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훨씬 험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현장에서 코디네이트 하는 협력단체와 현지 관리단체는 그야말로 피말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우선 '비자발급' 이 문제이다. 9월 1일까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5월중순까지는 프로그램 참가자가 확정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매년 5월중순부터 시간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5월 15일 참가자 명단 확정 → 5월 30일까지 학생서류 받기 (잔고증명, 여권, 사진 등) → 6월 10일까지 대학서류받기 → 6월 20일까지 재류자격인정증명서 발급신청서 작성 → 6월 25일 입국관리국에 신청 → 8월 20일 재류자격인정증명서 발급 → 8월 25일 한국의 일본영사관에 비자신청 → 8월 31일 비자발급 → 9월 1일 출국.  

 

대개 이러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난한 경우의 일정이고, 보통 5월30일까지 학생서류가 수집되지 않는다. 1명이라도 여권이 없다거나 유효기간이 6개월 이내로 종료되는 여권을 갖고 있다든가 또는 집안사정 등으로 이름을 개명중에 있다거나 하면 모두가 기다려야 한다. 모든 학생의 서류가 모두 갖추어져야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5월말까지 참가자 확정이 안되는 경우가 더 많다. 교육부의 예산확정이 늦어지고 대학선발과정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재류자격인정증명서를 신청한 이후에는 하루하루 애를 태우며 기다리는 시간이다. 2025년도에도 8월말까지 일본입국관리국의 허가가 나지 않아서 결국 서울의 일본대사관에 직접 요청해서 비자를 받는 '특별한 조치'를 통해서 겨우 비자를 받고 8개 대학의 24명이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다. 문화활동 비자를 받는 과정은 매년 그야말로 '전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