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 국제워크캠프 in 무주 참가자 후기 (윤상봉)

 

  안녕하세요. 저는 한양대학교에 재학 중인 윤상봉입니다. 아시아희망캠프기구가 주최한 프로그램인 "2017 8월 국제워크캠프 in 무주"에 참가하게 되었고 좋았던 점과 느낀점을 모아 참가후기를 작성합니다.

 

[후기]

  8월 3일부터 6일까지 한국에서 가장 덥던 기간에 우리는 무주에 다녀왔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번 캠프는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리라 장담한다. 우리는 얼마나 편협한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을까. 캠프를 통해 내가 만난 분들은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마치 내가 한국의 모든 대학생을 대표할 수 없는 것처럼 그들도 일본과 필리핀의 청년을 대표할 수가 없다. 그동안 배우고 연습했던 짧은 영어로 필리핀 친구들과 얘기를 할수록 그들이 필리핀 사람들이 아니라 ‘Isa’,‘Winona’라는 하나의 ‘인간’으로 느껴졌다. 누구는 노래를 좋아하고, 누구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누구는 소극적이고, 적극적이고. 국적과 인종을 떠나서 모두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배운 것이 이 캠프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배운것도 다른 만큼 조금씩 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뜨거움에 있어서 필리핀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이 인식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저녁 때 야식으로 필리핀 친구들이 기름에 구운 바나나 구이를 해주었다. 먹어보더니 뜨겁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나 내가 먹기에는 전혀 뜨겁지 않았다. 식당에서 갓 나온 공기밥 뚜껑도 잘 못 열어서 내가 대신 열어주었다. 식사를 할 때에도 우리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상 위에 올리는데 필리핀 친구들은 그릇 위에 올려두었다.

  사회적인 차이도 존재한다. 장학금에 관해서 한국은 (요즘은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실제 지급되는 돈인데 반에, 일본은 장학금이 졸업 후 갚아야 할 빚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인 친구가 자기도 10월부터 60만원 정도를 3년간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일본의 지하철 요금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구간당 차등 요금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지하철은 추가 요금을 내도 보통 4000원이 넘지 않는데 비해 일본은 700엔(약 7100원)이 넘기도 한다고 한다. 흔히 ‘통학러’라고 불리는 한국 수도권 대학생들에게도 교통비가 등골을 휘게 하는 주범인데 일본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도 다르다. 우리가 갔던 기간 동안은 내내 35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었다. 필리핀은 덥지 않냐고 물어봤는데 평균적으로 덥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심하게 기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모두들 더위 때문에 힘들어했다.

  언어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필리핀 친구들에게 타갈로그어로 자기소개를 가르쳐 달라고 했었는데 정작 필리핀 친구들은 ‘타갈로그’대신 ‘필리피노’란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필리핀어(타갈로그)가 스페인어와 닮았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동생이 스페인어를 배우는데 진작 옆에서 배워둘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그러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고 그 친구들도 결국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 중의 하나였다. 잘 안해봤는지 필리핀 요리를 해주겠다고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가며 애쓰기도 했고, 요리를 잘 안한다고 한 일본인 친구는 이상한 음식을 만들어 웃음을 주기도 하였다. 그러한 서로의 미숙한 점이 일본사람, 필리핀 사람이라는 느낌 보다는 내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요리 못하는 친구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 청년이라는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무주는 정말 시골이었다. 시골이 익숙한 내게도 시골로 느껴질만큼 ‘깡촌’이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산골짜기 사이로 논과 밭이 있는 경치 좋은 곳이었다. 폭염 경보에도 마냥 에어컨 튼 방안에 널브러져(실제로 다른 친구들이 그러기는 했지만)있고만 싶지 않은 아름다움이었다. 매일 아침 동이 트자마자 동네 산책을 나가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야트막한 동산 위의 정자에도 올라보고, 숙소 마당 바로 옆에서 밭을 가꾸시는 할머니와도 친해졌다. 할머니와 단둘이 그늘진 바람 길에 앉아 말벗을 해드리면서 우리가 간 마을 이름이 왜 솔바람, 솔다박(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잠을 자다)인지도 알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만 아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비록 폭염으로 농작물 수확 같은 활동은 없어졌지만 농촌마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다른 캠프와 달리 우리가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시간과 휴식시간이 많은 한국 캠프가 아니었으면 이런 인간관계를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느끼는 점이다.


  우리는 하루 일정의 절반 정도 되는 이 자유 시간을 이용해 외국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고, ‘수건돌리기’와 ‘몸으로 말해요’ 같은 게임도 했다. 내 생각을 표현하거나 게임을 설명하면서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기는 했지만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려는 ‘진심’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되었던 것 같다. 언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절반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했다. 둘째 날 오후에는 고추장 만들기 체험과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고, 셋째 날에는 물고기 잡기 체험과 어죽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물고기 잡기 체험은 더운 날씨를 싹 잊게 해주어서 재미있었다.

  고등학생들도 많다 보니 아침을 거르거나 조금만 먹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침 식사 시간 외에도 이른 점심으로 라면, 볶음밥을 해먹고, 오후에는 체험 활동으로 떡볶이나 어죽을 먹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난 뒤에는 야식으로 숙소에서 필리핀 간식과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다들 먹고 싶을 때만 선택해서 먹었는데, 나는 꼬박꼬박 다 챙겨 먹었으니 하루에 보통 5끼는 먹은 것 같다. 나는 배고픈 청년이라 전부 다 맛있었는데, 입에 맞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나 보다. (식당에서 직접 만든 두부로 맛있는 순두부 찌개를 해주셨는데, 심지어 한국인 동생들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고 좋아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나는 마지막 날 아침으로 달걀 말이를 해줬는데 동생들이 맛있다고 해줘서 기분 좋았다.

  캠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국 친구들이 모두 여자 대학생이었다는 점이다. 교류 시간이나 거실에서만 얘기할 수가 있어서 청년 대 청년으로서 인생의 고민이나 철학 같은 깊은 대화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남학생들이었다면 같이 자기도 하고, 교류 시간 외에 방 안에서도 수다 떨면서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기에 배운 점도 많다. 어떤 면에서는 국적에 따라 특징이 구분되는 반면, 어떤 점에서는 나와 외국인 참가자와의 차이가 다른 한국인 참가자들과의 차이보다 작은 면도 있었다. 새로운 친구도 생겼고, 다른 나라 언어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단순히 문화를 아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 그것이 국제 교류가 아닐까? 이런 좋은 자리를 만들어 주신 아시아희망캠프기구에 감사드리고 이번 캠프 덕분에 여름방학을 잘 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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