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모토 2월 캠프 - 이혜린

안녕하세요.


지난 2015년 2월 한 달,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주관하여 실시한 ‘구마모토 후루사토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혜린이라고 합니다. 어느새 저도 구마모토로부터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나서 이렇게 벌써 보고서를 쓰게 되어 버렸네요. 지금 저의 이 후기를 읽고 계실 여러분들도 마치 구마모토로 떠나기 전의 저의 모습처럼 이런 저런 사이트를 전전하며 후기글과 소감을 찾아 읽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구마모토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생활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하는데요, 아무쪼록 이 후기를 읽으실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 구마모토로 향하며


제가 다른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분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프로그램을 여동생과 함께 참여하였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살 터울로 모두 현재 대학에 재학중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일본 문화와 일본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는 등 꽤 많은 공통분모를 지닌 저희 자매는 지난해 여름부터 한일포럼 관계자분들께 겨울방학에 꼭 한 달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끊임없이 개진했습니다. 10월쯤 참여하는 것이 둘 다 모두 확정되어서 얼마나 설레는 마음으로 후쿠오카 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는지 모릅니다. 물론 혼자라도 충분히 참가 신청할만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여행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전무했기에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있었는데 동생과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할 수 있어서 아주 든든했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왠만하면 구마모토 공항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와 같은 경우는 예약할 때 후쿠오카 행 티켓이 훨씬 저렴해서 후쿠오카 공항을 이용했습니다만, 보통은 많이 차이나지 않고 후쿠오카 공항에서 카이다 빌딩까지는 고속 버스 리무진을 타고 2시간 반 정도나 소요되며 버스 티켓도 인당 2만원입니다. 구마모토 공항의 경우 30분 정도에 8천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 프리 토킹 기피증


저는 이전의 가족 여행의 일환으로 오사카, 삿포로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저희 가족의 ‘여행 가이드이자 통역사’ 역을 수행했는데 그 부담감과 두려움은 누구에게 말할 수 없었지만 상당했습니다. 물론 저희 가족 중에서는 제가 일본어가 그나마 가능했고, 단지 일본어에 대한 흥미만으로 JLPT N1급도 합격하기도 했지만 프리 토킹은 자격증과는 또 다른 별개의 벽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시험 문제를 푸는 것과 외국인의 눈을 보고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달라서 최대의 고민은 언제나 ‘프리 토킹’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앞서 한 달 간 회화 위주의 프로그램을 원한다는 말씀을 드렸고 4주간 봉사자 분들과 자유로운 주제로 다양한 소재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일본어 독해 능력이라든지, 문제 풀이 능력과 같은 것은 얼마든지 한국에서도 기를 수 있지만 일본에서 일본인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한국에서 가지기 힘들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회화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시는 것을 추천 드리는 바입니다. 구마모토 4주 연수가 끝난 지금의 저는 일본어 회화가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어떤 억양으로 말해야 할지는 책을 몇 권을 읽어도 잘 알 수 없었지만, 직접 일본인 봉사자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는 일본어로 말하는 것이 저 자신도 굉장히 편하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 조금 놀랐던 것들


하루는 교류회관에서의 수업이 3시 시작이었던 날이라 그 전에 나가서 시모도리라도 돌아다니다 수업을 들으러 갈까 하는 생각에 여유롭게 시모도리를 산책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흐리긴 하지만 비는 잘 오지 않고 비가 온다고 해도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내리는 구마모토지만 그 날은 하필 비가 꽤나 왔습니다. 그런데 어떤 제 또래의 꽃집에서 일하는 여자 분이 아주 예쁜 꽃다발을 들고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는 것을 본 순간, 저는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가 꽤 많이 오는 날에 그 여자 분은 본인이 아닌 꽃다발에 우산을 씌우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본인의 옷은 완전히 젖은 상태로 말입니다. 아마 손님에게 건네 줄 꽃다발이 가장 예쁜 상태로 온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데, 그 찰나의 장면이 프로의식과 직업정신 그리고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저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에서 어떤 음식점을 가더라도 제 부모님 연세의 음식점 직원 분들이 저와 제 동생과 같이 어린 손님들에게도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를 여러 번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이라면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손님보다는 연세 지긋한 손님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보통에 음식점에서 손님에게 고개 숙여서까지 인사하는 경우는 없기에 상당히 새로웠습니다.

 

- 소중히 장식될 한 달


연수 프로그램에 두 달 지원하신 분들도 있지만 저는 한 달뿐이었고, 심지어 2월이라 더욱 더 짧았던 기간이지만 되돌아보면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봉사자분들이 가르쳐주신 것은 ‘일본어’일지 모르겠으나 제가 배운 것은 단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국제교류회관에서 연수 참가자들에게 일본어 교육봉사를 하시는 봉사자 분들은 대부분 6-70대 어르신들입니다. 그 분들과 프리토킹으로 4주간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느낀 것은 ‘이 분들이 정말 진심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시는 구나.’ 하는 봉사자 분들의 진심어린 마음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기에 자연스레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북돋을 수 있었습니다. 아소산이 자랑하는 천혜의 물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더 참된 구마모토에서 머무는 시간은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소중한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아직 후기를 찾아보며 연수 프로그램 참가를 고민하고 있으시다면,꼭 한 번 참가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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