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것도 살릴 점은 살리면서 보존하는 모습

옛 것도 살릴 점은 살리면서 보존하는 모습 (제주대학교 회계학과)

 

 2014년을 준비하면서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큰 맘 먹고 올 해 안에는 일본을 한 번 다녀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어공부를 방학 중에 하고 연말 즈음 일본에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13년 12월 말 즈음 우연히 한일포럼이 주최하고 코리아플라자히로바가 실시하는 일본 단체 방한 행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모여서 단체로 움직이는 여행이 될 것이기에 해외여행에 대한 공포감도 덜 할 수 있었고, 한국어를 꽤 할 줄 아는 일본인 동행 스태프가 있다고 해서 일본어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들이 커서 당장 신청해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일본의 수도인 도쿄와 가까운 나리타 국제공항까지 두 시간 반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나라입니다. 또한 일본의 애니메이션들과 음식, 단어나 문법 등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문화 양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크게 다른 점들이 많고, 역사적인 아픔으로 인해 인접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국에 대한 반감이 큰 나라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을 칭할 때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하지요.

 말하는 대로 흘러간다고 하던가요. 가깝고도 먼 나라, 그런 표현이 익숙하기 때문인지 저에게 있어서 일본은 평생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만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일본 문화와 언어에 대한 관심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도 참 많았지만 일본에 갔다 오겠다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해외여행이기도 하고, 제 일본어 실력이 혼자 일본에 뚝 떨어뜨려 놓아도 문제없을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에 젖어있었죠.

그러다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일정은 2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였고, 18일에는 후쿠오카의 쿠마모토시에 도착 후 홈스테이 가족들을 만나서 간단하게 시내 구경을 하고 홈스테이가정으로 가서 1박을 하였습니다. 시내 구경을 하는 동안 일본의 스티커사진인 프리쿠라도 찍고, 일본의 전통 간식을 파는 카페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젤리, 모찌를 시켜먹으면서 간단히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자기 전에는 쿠마모토시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온천에 가서 난생 처음 온천욕을 즐겼습니다.

 

 19일에는 쿠마모토 현청을 방문하고, 이후 쿠마모토시에서 아소로 이동해서 딸기농장 체험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JR라인을 타고 두 시간 가량 이동하는 도중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다들 넋을 잃고 창 밖을 쳐다보았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산들이 높고 험준해서 바로 옆 이웃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별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20일까지 아소에서 자유여행으로 아소 신사를 방문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쉽게도 분화구로 유명한 아소 산에는 유황가스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어서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별을 보며 노천 온천욕을 즐겼습니다. 시골 동네라 그런지 하늘이 정말 맑고 높아서 온천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겨울 별자리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쿠마모토시로 다시 돌아와서 쿠마모토현립대학교 학생들과 대학교 구경을 하고, 첫날 미처 돌아보지 못한 쿠마모토성을 구경하고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외국인이어서 대하기 불편했을 텐데도 서슴없이 말도 걸어주고 안내도 자세히 안내해주었습니다. 제가 도서관을 구경하고 싶어했는데 학생증이 없어 구경이 불가능하자 대신 도서관 방문 기념 캐릭터가 그려진 책갈피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인 22일, 쿠마모토시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습니다.

 

 

 첫 날 쿠마모토시로 두 시간 가량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한국과는 몇 가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중간에 정차하는 곳은 휴게소 뿐 인데, 일본의 고속버스는 고속버스 정류장이 따로 있었습니다. 휴게소라고 정차하는 곳은 없었고, 일반 버스가 운행하는 것처럼 버스 정류장을 지나며 운행하는 모습이 내가 지금 정말 고속버스를 제대로 탄 게 맞는 건지 헷갈렸습니다.

 

 또한 버스 내부에서 다음 정류장을 안내해주는 안내방송이 알아듣기 쉽게 여러 번 반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내부 방송이 이루어진 후 버스기사님이 한 번 더 또박또박 안내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접해볼 수 없던 모습이라 낯설었습니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버스 정차 후 내릴 땐 발밑을 조심하며 내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옵니다.

버스 주행 시에도 승객이 모두 자리에 앉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는 모습 등이 한국에서는, 특히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라 신기했습니다. 동시에 당연히 그래야 할 점들인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처음 숙소는 일본 현지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진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눕자 보일러로 집 전체의 바닥 난방을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차가운 바닥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온돌이 없는 대신 히터를 틀어서 공기 난방을 하는 방식으로 난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대부분 이렇게 난방을 한다고 하기에 아 이런 점은 또 다르구나, 하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바닥이 늘 차서인지 요와 이불은 굉장히 두꺼웠고, 푹신했습니다. 푹신한 이불 안에 극세사 담요를 하나 더 덮어 따뜻하게 잘 수 있게 배려해주신 주인아주머니의 세심한 배려 덕에 보일러 없이도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은 이불과 방석, 때로는 까는 이불인 요도 구분해서 단어가 다른 반면에 일본은 통칭해서 ふとん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까는 이불이면 ぺたんこふとん, 방석은 ざぶとん으로 앞에 접두어가 바뀔 뿐이었습니다.

 여행 중 이동은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이용할 때마다 느꼈던 사소하지만 크게 다가왔던 행동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운전석이 우측에 있어서인지, 우측통행이 보편화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차량이나 자전거를 피할 때 모두 우측으로 피해가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습관처럼 좌측으로 피하다가 자전거와 부딪힐 뻔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점은 생활 방식 중 가장 큰 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 다른 놀랐던 점은 지하철, 버스가 대중교통수단의 전부인 한국과 달리 쿠마모토시에는교통 수단으로 버스 뿐만 아니라 노면전차가 있었습니다. 도로 한 가운데에 전깃줄이 공중으로 지나가고, 그 전깃줄을 따라서 전차들이 지나다니는 풍경이 지금이 21세기인지 20세기인지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것이 나오면 옛날 것은 보존하기보다는 사라지는 추세인 한국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옛 것도 살릴 점은 살리면서 보존하는 모습이 또 하나의 문화 차이로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노면전차 때문인지 도로가 전체적으로 좁았습니다. 좁은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사고율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게 놀라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잠시 지내면서 깜짝 놀랐던 것이 하나 있었다면, 아소 지역으로 이동했던 19일 저녁에 있었던 일입니다. 후쿠오카시나 쿠마모토시는 도시라서 한국과 비슷한 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아소로 오니 한국과 차이점이 확연히 느껴져서 이게 진짜 일본이구나~하는 마음에 괜히 구석구석 관찰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러던 중 늦은 저녁 시간에 뜬금없이 요란하게 존재감을 표출하면서 지나가던 차량이 하나 있었습니다. 멜로디를 크게 틀어놓고 골목골목을 지나다니면서 달리던 차량은 다름 아닌 라멘을 파는 이동형 포장마차 가게였습니다.

예전에 80년대에는 있었다고 하는 메밀묵, 찹쌀떡을 외치는 묵장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숙소 앞 골목으로는 지나가지 않아서 사 먹을 기회는 놓쳐버리고 말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놀라운 일을 만나게 되어서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