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친구를 만들 수 있었던 시간 -이종우-

군대를 전역하고 한 학기를 학교에서 보내면서 진로를 걱정하게 되고 내 자신을 중무장할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라는 경력, 경험, 능력 등등의 무기가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산에서 사립대를 다니면서 느꼈던 한 가지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 보겠단 독한 마음먹고 찾지 않는 이상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 독한 마음먹고 찾아도 거의 대부분의 매력적인 활동들이 서울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 고등학교 때 성적관리를 하지 않은 나 자신을 후회하면서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해 볼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을 때 다 해보고 영역을 다양하게 하여 무미건조하게 그저 책상 앞에 앉아 책장만 넘기는 서생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고민했었다. 먼저 개인적인 견문을 넓히고자 여행을 기획하면서 인터넷의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구하던 중 한일 워크캠프 볼런티어에 대해 알게 되어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워크캠프의 취지와 내용, 활동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처음엔 그저 흥미삼아 한 번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합격에 대한 별 기대 없이 지원을 하게 됐다. 영어는 물론 이거나와 일본어도 기초적인 인사말 정도 밖에 알아듣지 못하는 정도의 어학 수준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합격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메일로 합격 수신을 받았다. 또 전화로 합격 통지를 해주더라...난 전화통화에서 일본어 진짜 못한다고 걱정했는데도 스텝께서는 그런 거 별로 상관없다고, 괜찮다고, 합격한 다른 사람도 못하는 사람 많다고 안심시켜줬다. 기대가 낮았던 만큼 결과에 대한 내 기쁨은 더욱 컸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평소에는 말 할 기회조차 없는 일본인들과 만나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설레었었다. 

 


2012년 12월 1일 OT날이다. 기말고사가 코앞이라 여유를 만들기 힘들었지만 활동할 때 필요한 이것저것 결정하며 조원들끼리도 만나고 인사라도 나누어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합격자들과의 첫 만남이니 만큼 OT를 참석했다. 나는 부산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OT를 참석하기 위해서는 서울을 가야했다. OT참석하던 날 지금 생각해보면 시험기간이랑 겹쳐서 많이 힘들었다. 12월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서울까지 가는 기차는 느리고 서울 길은 잘 모르고 해서 OT 시간에 조금 늦었다. 도착하니 벌써 20명 가량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스텝이 나를 5명이 모여있는 자리로 인도하면서 2조라고 했다. 우리조 사람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팀장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먼저 온 사람들끼리 자기소개를 통해 최고령자인 찬희형님이 이끌어 가기로 했다. 우리조는 일곱명인데 OT에 참석한 인원은 찬희형님과 동갑친구인 유미, 재령이, 한국어를 매우 잘하고 유쾌한 일본인 동생들인 마코와 히로키 그리고 나까지 6명이었다. 1명은 OT를 불참했다. 특히 같은 조 히로키와 마코는 한국에서 생활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간다고 했다. 그만큼 한국어 실력이 일본어를 못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까봐 노심초사한 나를 무안하게 할 정도로 굉장히 좋았다. 앞으로 캠프에서 활동 시 아침과 저녁을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와 팀 이름을 정하고, 일정을 전해 듣고 조원들끼리 자유롭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해산하였다. 난 참가자 중에서 대구에서 올라온 동생 호찬이와 같이 서울역에서 저녁을 먹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당일치기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기차여행은 너무도 힘든 하루였다.

 

2012년 연말을 10일 앞두고 캠프의 첫 날, 21일은 너무도 추웠다. 전국적으로 눈이 내렸다. 서울에서 호찬이와 3조 일본인 친구 카나코를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고 노원문화예술회관 근처에 있는 태껸 전수관으로 갔다. 세계문화유산과 함께하는 한일 워크캠프의 취지하에 세계 무형 문화재에 등록된 우리나라 고유의 태껸을 체험하기 위해 캠퍼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도 많고 OT 때 인사했던 그곳에서 먼저 와있던 히로키와 마코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는데 휴대폰 본다고 늦게 반응하게 되어 너무 미안했다...특히 우리가 모였던 이곳은 여러 태껸 수련관 중에서도 전통을 제일 잘 유지하며 관장님께서도 너무나도 월중한 실력의 고수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모였다고 했다. 워크캠프가 아니라면 평생에 단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할 태껸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며 동작을 스스로 진지한 마음으로 배울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일본인 친구들 역시 처음 배워보는 태껸에 굉장히 흥미진진한 자세로 활동에 임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태껸의 이크에크하는 후렴과 동작이 조금 우스꽝스러워 서로 웃으면서 분위기가 처음보다 많이 밝아졌다. 약 두 시간 가량을 태껸전수에 몸 담고 나서 4시 정도에 버스를 타고 서울을 출발하여 강원도 철원의 두루미 평화마을로 향했다. 철원으로 가는 동안에 한국사람과 일본사람들간에 교류를 위해 자리 배정에 신경을 쓰고 또한 지루하지 않도록 빙고게임등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려는 스텝들의 활동이 매우 유익했고 좋았다.

 

철원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해지고 저녁먹을 시간이라서 간단하게 숙소에서 우리가 캠프를 하게 될 지역을 소개받고(밥은 숙소에서 관리자분이 직접 해주신다고 하셔서 밥 먹는 걱정은 덜었다) 짐을 풀고 조원들끼리 뭉쳐 앉아 조별로 369게임 및 일본 대학교 이름 대기, 개인 넌센스 ox퀴즈 등을 통해 분위기를 업시키고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 2조가 OT 때 없었던 리카코와 유미가 새롭게 얼굴을 알게 됐고, 기존의 마코는 인원조정 상 어쩔 수 없이 1조로 팔려(?)갔다. 조별게임에서 꼴지팀은 춤을 춘다는 벌칙으로 긴장상태에 돌입하여 게임을 했는데 일본어로도 369게임을 진행한 덕에 초긴장 상태에서 게임을 할 수 있었고 일본어 숫자를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었다. 저녁 늦게까지 친목의 시간은 계속됐다. 일본 친구들이 들고온 일본과자를 맛보고 일본 친구와도 평생에 해볼 대화를 모두 다 해보고...다만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나 때문에 한국어로 한 것이 너무도 안타깝지만...다른 캠퍼들이 조금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나는 약을 먹고 피곤하여 먼저 휴식을 취했다. 내가 워크캠프에 오기 전에 방학을 맞아 사랑니를 처분하여 와서 조금 부어있는 상태로 참가하였기 때문에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스스로 너무 조용하게 있었지 않았나 하고 지금 조금 후회가 된다.


다음날 아침은 저녁에 일찍 잠든 이유로 다른 캠퍼들 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맞이했다. 캠프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봉사활동과 견학이 예정되어 있는데, 오전에는 오이하우스에서 오이를 수확하고 남은 가지를 분리해서 처분하는 활동을 했다.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 작업을 하는데 일본 친구들이 한국 친구들 못지않게 너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전 활동을 다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영화 고지전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백마고지의 전적비를 견학을 했다. 군 장병께서 지형과 전쟁 상황 당시를 잘 설명해주었는데 일본 친구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서 이해하는데에 조금 힘들지 않았나 생각되니 조금 아쉽다. 그런데도 일본인 친구들은 각자가 한국에 관심이 많고 조금의 단어라도 듣기 위해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뿌듯햇고, 내가 일본어를 좀 할 줄 알았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 건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리고 견학 중간에 보물찾기 게임을 통해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주는 행사도 마련하여 재밌었다. 물론 나는 받지 못했지만...

견학을 다녀와서 두 번째 봉사활동을 야외에서 해야되는데 날이 너무 추워 땅이 얼어 더 이상의 활동은 불가능하여 숙소 안 옥상에 마련된 천체 망원경으로 날이 추워 별자리는 관찰하지는 못했지만 캠퍼들 끼리 사진도 찍고 구경한 뒤 숙소에서 지친 몸을 조금 녹였다. 일본인 친구 중 우리 캠퍼에서 혼자 일본인 남자인 이치노 히로키는 성격도 쾌할하고 한국 말도 잘해 곧잘 어울렸는데 쉬는 동안 고스톱을 하게 됐다. 물론 나도 실력이 형편없어서 둘다 그저그런 게임을 한 판 했는데 일본인과 겨뤄본 첫 게임이었고 게임룰이 비슷하면서도 점수계산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그것과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실력이 없어서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캠프파이어 겸 고기도 구워먹었다. 바깥에서 찬희형과 호찬이와 스텝 분과 그 추위속에서 마지막까지 고기를 굽는다고 고생많았고 고생한 만큼 고기 맛있었으며 기분도 매우 좋았다. 이후 베스트 캠퍼를 선정하는 자리에서 일본 유학생활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모두의 통역사(?)가 되어주신 장준명 형님과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일본어를 할 줄 모르는 나와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한 쿄코씨가 베스트 캠퍼에 선정되었다. 저녁 늦게 까지 캠퍼들끼리의 마지막 밤을 보내도록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도 어제보다는 몸 상태가 조금 나아져서 모두가 한 방에 모여서 두 번째 친목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가 그룹을 지어 일정 시간동안 서로를 소개하며 또 인원을 교체하여 자기소개하는 등 각종 얘기들을 많이 하면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사람과도 인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고, 이후엔 처음 나와 호찬이와 같이 태껸 수련장에 갔던 카나코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소소하게 모두들 작은 이벤트를 했다. 만난 지는 갓 이틀 되었지만 모두가 정이 들어 작게나마 추억을 남기고 특히 일본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좋은 경험과 추억만을 가지고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 매우 뿌듯했고 좋았다. 

 

벌써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전에는 철원의 상징인 두루미를 구경하고 그들에게 모이도 나눠주는 활동을 했다. 근데 추워도 너~~무 추워서 오래 하지는 못했다. 이후 케이블카 타고 평화전망대로 가서 군사경계선 근처도 망원경으로 관찰하고, 철원 두루미관에 들러 전시된 각종 조류와 동물 박제를 구경하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우리의 마지막 일정인 오대떡메치기를 하였다. 일본친구들이 먼저 떡메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맛있는 떡도 먹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처음 워크캠프에 참여할 때는 언어 문제 때문에 많은 부담이 되었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는 일본인 친구가 많고 실제로 일본에서 생활했던 한국분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서로서로가 의사소통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지만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지원하여 지금 현재의 내 수준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런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언어 자격증같은 소위 자기소개서 한줄 짜리 스펙이 다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같은 마음으로 지원했으며 같은 처지 그리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지만 한 그룹을 이루어 일정 기간 동안 서로 힘을 합쳐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결코 토익 900점 일본어 1급 같은 고 득점 스펙 부럽지 않은 것이라고 많이 느꼈다. 한일 워크캠프를 활동하면서 좋은 시간을 잘 보냈고 좋은 사람과의 관계도 맺을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다. 단순히 스펙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단련시키며 세상과 소통하게 하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고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앞으로의 이러한 활동을 함에 있어 초석이 되어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본인은 한국에 와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서로가 멋진 인간관계를 형성하여 일회성이 아닌 영구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활동으로서 한일 워크캠프는 우리에게 굉장히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또한 워크캠프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됐으며 어학 능력의 비참함을 맛보며 의지를 불태울 수 있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