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한국의 장벽을 넘은 뜻 깊은 시간 -정재령-

지난달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의 2박 3일간 최북단 접경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두루미평화마을을 방문해 한국인과 일본인이 함께하는 워크캠프가 이루어졌습니다. 참여하는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한일 교류캠프는 처음이라며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설렌 마음으로 철원으로 향했습니다. 한 겨울 -18정도 되는 추운날씨에 다 같이 봉사하며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첫 날, 서울에서 택견 수업을 마치고 떠나 철원 두루미평화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마을답게 곳곳에서 군부대와 또 관련한 흔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루미평화마을은 1968년 6.25 한국전쟁으로 황무지가 된 민통선 지역을 식량증산의 목적으로 개척한 곳이라고 합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교육자님의 OT를 마치고 모두가 친해질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한국에서 연수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일본어보다는 거의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어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친구들에게는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게임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장벽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 부스스한 모습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향한 곳은 오이 비닐하우스. 이미 수확한 오이들은 없고, 말라버린 오이 가지를 정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모두가 면장갑을 끼고 거의 처음일지도 모르는 농촌 봉사활동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담소도 나누며 더욱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저희는 바로 옆 백마고지 전적지를 방문했습니다. 전쟁기간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멋진 군인 장병의 안내 하에 관람을 하며 전망대에서는 저 멀리 백마고지 일대와 철원평야를 눈과 가슴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어려운 말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일본인 친구들에게는 직접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캠프파이어 시간으로 바비큐도 구워먹고 맥주도 마시며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서로 가져온 간식들도 나눠먹으면서 일본에서 유명한 과자나 라면도맛보고, 서로 다른 문화를 가르쳐 주고 배우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 저희는 비무장지대를 견학하고 철새에게 먹이를 주는 일정을 했습니다. 날씨가 정말 추웠습니다. 원래는 보기 드문 광경인 철새들이 무리로 날아가는 모습도 보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 일정으로 떡매치기를 했는데, 조금 부끄러워하는 한국인들에 비해 일본인 친구들은 직접 떡매를 치면서 유난히 적극적인 모습에 보기도 좋았습니다. 

 

2박 3일 일본인과 한국인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의사소통이나 문화차이로 겪는 불편함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서로가 몰랐던 문화를 배울 수 있어 형식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비해 훨씬 즐겁고 뜻 깊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2년을 마무리하며 함께 시간을 보낸 참여자 친구들을 비롯해 이장님과 포럼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