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피곤했지만 너무 행복했던 2박3일 오승민(영진전문대학)

저희 영진전문대학에서 추진했던 구마모토 인턴쉽 과정을 계기로 한일사회문화포럼(이하 한일포럼)이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인턴쉽 이후에 국제교류에 부쩍 관심이 높아진 저는, 한일포럼에서 한일워크캠프를 주최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고민 없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전화면접을 한 후 합격자가 발표되었고,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당일이 오기까지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11월 2일. 대구에 거주하는 저는 서울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빨리 일어나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현장에 바로 모이기 전에, 저희 조원들하고 미리 만날 약속을 하고, 근처 카페에서 가능한 분들끼리 사전 모임을 가졌습니다. (조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직 어색한 사이었지만, 첫 만남부터가 교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양한 화제로 조원들과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두 같은 생각이신 것 같더군요 :)

저희는 도착시간에 거의 딱 맞춰 도착했는데, 이미 첫 코너인 '테디베어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내용이 조금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복을 만들었어요. 조별로 테이블이 나눠지고, 자리에 앉아 바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때 참석을 못하신 분들은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던 것이었지만 인사도 못하고 바로 시작해서 조금 어색했네요; (오리엔테이션 때는 대부분의 인원이 참가했고, 자기소개도 했습니다.) 그래도 만드는 과정에서 몇 번씩 말을 섞어가며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다 만든 한복은 기념으로 가지고 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바로 K-POP 댄스교실이 이어졌습니다. 뭔가 흐름이 굉장히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곧바로 레슨이 시작되었고, 노래는 Psy의 강남스타일이었습니다 ㅋㅋ 빠른 진행이었지만 이 댄스교실이 Ice Break(분위기 전환)의 역할을 한 것 같아 좋았어요. 특히, 안무 중 하나가 특정 상대의 손을 잡고 도는 안무가 있었는데, 팀장이었던 저는 팀원 모두의손을 잡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돌았죠 ㅎ (저는 이 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직 잘 모르는 사이지만 같이 손을 잡고 쑥스럽지만 웃으면서 춤을 췄던 때, 저희 팀만 유일하게 모두 손을 잡고 돌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무대 정 가운데에서요.. 왠지 모를 뿌듯함과 함께 저희 모두가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저와 저희 팀원이었던 승원이형은 무대 앞으로 나가서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거의 반강제로 올라갔지만.. 상품이 걸려있다는 말에 팀에 조금이라도 이득이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췄습니다..ㅋㅋ 많이 부끄러웠지만 팀장이라는 생각에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상품은.. 화장품이었던 것 같은데 여자 팀원들 손에 바로 넘어갔습니다 ㅋㅋㅋ (그 다음 부터 본 기억이..)

그렇게 매우 부끄럽고도 건전한… 시간을 보내고 목적지인 강화도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탔습니다. 한일포럼 측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자리를 임의로 배정해놓았고, 저희는 지정된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한국인, 일본인, 성비 까지 생각한 것 같았네요. 저의 옆에 앉았던 사람은 '쿠리모토 미나' 였어요. 한국어가 엄청 능숙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ㅎ 교류는 잘 이루어지는 듯, 버스는 꽤나 시끌벅적 했습니다.

 

이 캠프는 한국, 일본에 서로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교류는 서로가 먼저 접근하기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 한국의 문화나 일본의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캠프에서는 어느 정도의 벽은 허물어진다고 보셔도 될 듯 합니다. 사실 일본인의 경우는 처음부터 말을 놓는다거나 하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지 않습니다.. 술 한잔에 친해진다는 것도 한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지요. 한국에서 유학을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미 한국문화를 접한 상태라서 어느 정도 괜찮지만, 현지에서 참가하시는 분들에겐 어느 정도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강화도에 도착 후에는, 바로 팬션으로 이동하여 짐을 정리한 후, 바비큐 파티를 시작했습니다. 숙소는 남자, 여자 따로 나뉘어져 있는데, 바비큐 파티는 좀 더 넓은 여자 숙소 앞에서 진행했습니다. 섬이라 그런지 역시 춥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안에 자리가 모자라 밖으로 나와 식사하시는 분도 계셔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저희 팀원들이요 ㅜㅜ) 남자분들 몇 명은 자진해서 열심히 고기를 구웠는데, 식은 고기를 먹고 안에서 교류를 못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남자들 끼리의 진한(?)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바비큐 파티가 끝난 뒤에는, '교류의 밤'을 진행했는데요, 여러 게임들과 함께 주로 팀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에 관한 문제, 스피드 게임(행동으로 사물, 행동을 맞추기), 그림 맞추기 (그림만으로 문제를 맞추기)를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스피드 게임과 그림 맞추기는 팀간의 협동력과 센스가 많이 필요해서 정답을 맞췄을 때의 성취감이 컸어요 ㅎ 팀원들간의 협동심을 더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팀은 우승을 했는데, 엄청난 상품이 준비되어 있다는 스테프님의 말에 기뻐하다 자그마한 공책을 받고 살짝 주춤 했던건 사실이었어요 ㅋㅋㅋ 그래도 그것과 상관없이 기뻤습니다 ㅎ

 

음.. 그래도 단 한가지, 다른 팀과 같이 할 수 있었던 부분은 없지 않았나.. 하는 점이 좀 아쉬웠네요. 캠프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되기 때문에, 시간을 더 늘여서라도 한일포럼 주최 하, 좀 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일 째, 아침식사는 빵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강화도로 오는 버스에서 당번을 정하게 되는데요, 저희 팀은 아침식사를 맡았습니다. 준비는 간단합니다. 한일포럼에서 준비해준 것들(햄, 빵, 잼 등)을 나열하고, 계란만 구워주면 됩니다. 저희는 간단히 스크럼블로 만들었요. (이 외에도 더 추가해서 만드셔도 됩니다. 마지막 날 아침의 경우는, 일본인인 카린 씨가 김치 스프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ㅎ)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끝나고 나면, 바로 봉사활동에 들어갑니다.

저희가 찾아간 곳은 강화도 내에 위치한 '자람도서관' 인데요, 이곳은 강화도 주민이 직접 만든 도서관으로, 아직 까지는 책이나 시설의 수가 부족합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쓸 벤치와 책장을 만들고, 벽에 장식할 벽화도 만들고, 주변에 돌담을 쌓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벤치 팀과 벽화 팀, 돌담 팀 으로 나뉘었고, 저는 벤치 팀에서 일을 했습니다. 나무와 철골은 준비가 되어 있었고, 저희가 했었던 것은 목재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과 드릴을 이용해 판자와 철골을 조립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약간의 기술을 요하기도 해서 전문가 분들과 함께 했어요. 하나하나 완성되어가는 벤치와 책장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이 외에도 벽화 팀은 밑 그림을 그려놓은 곳에 자신들의 창의력으로 색을 입혀 멋진 작품을 만들었구요, 돌담 팀은 삽질부터 시작해서 도서관 주변의 환경정리까지 도맡았습니다.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일한 뒤의 밥은 꿀맛이지요 ㅎ 점심은 비빔밥이었습니다! 비빔밥은 일본인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맛도 있었고 양도 충분했습니다. 모두 맛있게 먹었어요

 

점심을 먹고 난 뒤의 휴식시간. 쉴 때는 쉬고, 일할 땐 일하는 한일워크캠프 참가자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봉사활동은 오후 4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정말 배가 빨리 고파지는 체험을 할 수 있었어요 ㅋㅋ 벽화도 완성되었고, 벤치와 책장도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모두가 뿌듯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마칠 수 있었네요.

 

저녁은 카레입니다. 당번 팀이 열심히 준비해서 맛있게 먹었어요 ㅎ 그리고 이어서 발표회와 '베스트 캠퍼'의 투표가 있었습니다. 한명 한명 모두 소감을 말하니 벌써 끝이라는 마음에 너무 아쉽더군요.. 확실히 2박 3일은 조금 짧은 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이야기도 못해본 친구들이 많아서.. 그저 아쉽기만 했네요; 베스트 캠퍼는 모두의 투표로 이루어집니다. 이번 베스트 캠퍼는 막내 '김리현'이 수상하게 되었어요. (저도 몇 표 나와서 너무 기뻤어요 ㅜㅜ) 1회에 참가한 경험을 통해 교류를 많이 이끌어 줬다는 평가를 받은 리현이는, 제가 봐도 어린 나이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렇듯 모두에게 축하를 받으면서, 사실상 캠프의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열심히 교류에 힘썼습니다. 게임을 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저를 포함한 몇 명은 새벽 4시까지 즐기다가 지쳐 잠들었습니다 ㅋㅋ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겠지요.

 

마지막 날에는 고인돌 견학과 저녁 회식 정도만 남아있네요. 저는 모두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대구에 가야됨에도 불구하고 저녁 10시 까지 함께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더군요 ㅎㅎ 엄청 피곤하기도 했고, 다음날이 걱정되었지만, 후회 없던 시간이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캠프에 참가해서 여러 사람과 많이 대화해 보고 접하는 것을 통해 배울 점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저는 지방출신이어서, 제 또래의 서울 친구들을 접해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는데, 생각하는 방식이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 마인드 등이 저에게는 저 스스로를 생각해 보는 많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지원하려는 분들에게 말씀을 드리자면, 이 캠프의 참여자에는 일본어가 안되거나 전공이 전혀 상관없는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그 자체가 대단한 용기라고 생각되며, 그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많은 부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한국어를 잘하는 일본인 분들도 다수 계시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접해보는 것도 훌륭한 경험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물론, 그 교류를 위해서는 스스로가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

 

이제 2회를 맞게 된 한일워크캠프는, 아직 초행임에 비해 그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생각됩니다. 이후에도 참가자들과 스탭분의 노력으로, 더 없이 훌륭한 캠프가 될 것 같네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꼭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2박 3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