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는 형용할 수 없는 훨씬 큰 가치 서울워크캠프(8.14~8.17) 강성민(연세대 국제경영학과)

처음 참가 신청을 할 때는 참가 홍보물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봉사’, ‘한일교류’, ‘한국 문화 소개’ 등의 글자들을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올리며 지원서를 작성하였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막연한 생각이 참으로 부끄러울 만큼 이번 워크캠프는 너무나도 완벽한 추억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길고 길었던 3박 4일을 몇 장의 후기로 작성하려니 머릿속이 일사 분란하게 정리가 되지는 않지만 그 때 느꼈었던 하나 하나의 생각들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날

첫째 날의 첫 번째 스케줄은 창덕궁 관람이었다. 일본인 한 분과 나머지 한국인들로 구성된 각 팀이 주어진 퀴즈를 갖고 창덕궁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완수하여야 했다. 이전에 한국인들끼리는 오리엔테이션에서 모인 적이 있었지만 일본인들과는 친해질 기회가 없었던 터라, 친해질 수 있는 매개물 ‘퀴즈’를 가지고 첫 번째 스케줄을 구성한 것이 인상 깊었다.


서로 웃으며 떠들며 하나하나 주어진 문제를 풀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처음 본 사람과 원래부터 친구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워졌고, 그런 만큼 나머지 프로그램들도 친숙한 분위기에서 진행 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퀴즈의 문제 구성이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의 어색함을 풀기 위한 재미에 치중한 것 같아 이번 워크캠프의 커다란 취지 중 하나인 ‘우리나라 세계문화 유산을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보여주기’에 살짝 적합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게임을 통하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신선했으나 세계문화유산을 알리기 보단 세계문화유산의 장소에서 한국 게임 문화를 보여준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두 개의 중요한 요소의 중간을 찾아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견학을 마친 후, 우리는 단체로 버스를 타고 펜션으로 이동하였다.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 밥도 해결하였고, 펜션에 도착해서는 짐도 풀고 본격적으로 워크캠프에 참여하였다는 분위기를 다짐하였다. 강화도의 공기는 맑았고 펜션의 분위기는 아늑하였고 참가자들끼리의 분위기는 조금은 어색하였지만 매우 좋아 보였다. 본격적으로 워크캠프가 시작된다는 사실에 참가자들 모두 살짝 들떠있는 듯하였다. 남자는 2층, 여자는 1층에서 참가자들끼리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서로 자기 소개를 하며 각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조금 후에 있을 단체 자기소개 및 게임 프로그램 참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참여자들은 1층 커다란 거실에 둥그렇게 모여 간단한 진행자의 환영 인사를 듣고 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시작하였다.서로 다른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게임들이었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몇몇의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하여 몸을 이용하여 진행할 수 있는 게임들이었다.


캠프 일정 중 주최자들의 세밀한 노력이 돋보였던 면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것도 주최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다시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시작’이라는 설렘의 단어를 안고 잠에 빠졌다.



둘째 날

전 날에 팀별로 한 게임의 결과에 따라 배정된 식사 당번들이 아침 밥을 하였고 일어난 사람들은 순서대로 1층에 내려가 아침을 해결하였다. 아침을 다 먹은 후 다음 일정을 위하여 모두 모인 후 ‘산마을 고등학교’로 이동을 하였다. 둘째 날의 일정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봉사’였다.


명칭도 서울 국제 볼린티어 워크 캠프인 만큼 이번 교류 활동에서 봉사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할애 되었다. 봉사활동이 본래 벽화 그리기/ 벤치 만들기로 나누어졌었는데 비가 오느라 모두 벤치 만들기에 배정이 되었다. 벤치를 만들거나 그것을 만들기 위하여 사용하는 공구를 많이 만져보지 못했던 터라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께서 워낙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안심하고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워크캠프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자칫하면 딱딱해질 수도 있는 한일교류 캠프에 다른 문화를 가지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땀을 흘리며 보람도 얻고 공감을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라는 일정을 포함시킨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봉사활동이 주는 의미는 보람, 헌신부터 시작해서 감동, 추억까지 모두 매우 긍정적인 상징성들만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그 의미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본다. 아무쪼록 이러한 상징성 있는 활동들이 앞으로 이어질 워크캠프에 꼭 포함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이후 우리는 근처 산마을 고등학교에서 점심을 해결하였고 다 먹고 나서는 다음 프로그램인 ‘한일 댄스 교류’에 참석하였다. 이 활동도 나름 많은 추억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춤을 통해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춤을 배우고 나서는 땀을 흘리며 얻은 웃음과 추억에 한번 더 놀랐다. 어떠한 매개물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 매개물이 정말 알맞은 것이면 그 그만큼 그 결과는 더 의미가 커지고 깊어지는 것 같다.


춤이라는 매개물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만나 즐거움을 같이 느끼고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다른 매개물에서 느낄 수 없는 각자의 몸에 남는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매개물이 너무나도 적합하였던 것 같다. 그 다음, 우리는 마저 하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하여 임시로 마련하였던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을 계속하였고 시간이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저녁은 카레였는데 카레 향기가 온 숙소를 도배하였을 만큼 서로가 열심히 만든 음식을 통해 마음이 전해지는 어두운 밤이었다. 다만,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 때 문화 알리기의 취지에서 전통 음식을 만들었으면 어떠하였을까 아쉽기도 하다. 물론, 다른 날에 그럴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그러질 못하였던 것 같다.



셋째 날 

셋째 날의 일정은 그 전날에 하였던 봉사활동의 작업을 완성 단계에 끌어올려서 끝마치는데 집중 되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게임 결과에 따라 배정된 식사 당번이 아침을 하였고 다 먹고 나서는 산마을 고등학교로 이동하였다. 봉사활동에 투자한 노력과 땀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 순간이 서서히 다가왔다.


벤치는 그 모습을 서서히 갖추어갔고 참가자들은 어느새 공구에 익숙해져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술술 일을 풀어 나갔다. 게다가 운 좋게도 전 날에 폭우 같이 쏟아지던 빗줄기가 멈추어 이 날은 벤치 봉사활동과 함께 벽화 그리기 봉사도 같이 진행할 수 있었다. 비 때문에 예정보다 벽화 그리는 것이 미루어져서 모두들 손을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봉사활동이 일정으로 잡혀있던 만큼 참가자들이 힘든 내색을 할 법했는데 모두들 봉사활동이 주는 그 숨은 미묘한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자발적으로 일을 하였고, 그 누구도 모두가 땀이 범벅이 되었었던 것에 부정을 할 수 없었다. 중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밥도 먹고 기운을 차리려고 잠시 새참도 먹었는데 이 때의 그 뿌듯한 느낌이란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은 쉽게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것 같다.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 작업은 거의 완성 단계로 나아갔다. 실내에서 작업하던 손길이 야외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벤치를 설치하는 단계로 이어졌다. 이 때 날씨가 굉장히 더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놀라운 것이 어떻게 그 더위를 참아가면서 웃는 분위기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나 신기할 따름이다. 경험을 통해, 또 그 경험을 하면서 얻는 말할 수 없는 어떠한 동기가 모두들의 마음속에서 연신 떠돌아 다녔나 보다.


마침내, 일은 끝이 났고 더할 나위 없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 중 하나를 사진을 찍으며 행복하게 느꼈다. 문자 그대로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를 끝낸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갔고 모두들의 노고에 보답하듯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하였다.


바비큐 파티를 마친 후 서로의 캠프에 대한 후기와 함께 베스트 캠퍼 시상식을 가졌다. 캠프의 끝을 알리는 종이였을까, 참가자들은 얼굴에는 웃음을 안고 있었지만 마치 슬픈 웃음처럼 보였다. 모두들 다음 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평가 회 후 시작된 장난스러운 함박웃음은 다음 날 아침까지 끝이 날 줄 몰랐다.



넷째 날

마지막 날이었다. 다른 날들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간단하게 밥을 먹었고, 짐을 꾸려 숙소 앞에 모였다. 오늘의 일정은 첫째 날에 있었던 우리나라 세계 문화 유산 소개하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 날 소개한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은 고인돌이었다.버스로 이동하여 강화역사박물관에 도착하였고, 박물관에서 직원의 소개를 들으며 견학을 하였다.


이 날은 첫째 날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세계문화유산 알리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학술적인 부분과 일상적인 캠프 활동의 분할에 있어서 학술적인 것을 할 때는 그것에 집중을 하고 일상적인 캠프 활동을 할 때는 그것에 초점을 맞추는 유동적인 부분이 이 날은 많이 지켜졌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워크 캠프는 이러한 구성이 잘 되어있었는데 이 때 그것이 특히 많이 두드러졌던 것 같다. 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문화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이번 워크캠프의 취지였었던 만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요소를 첨부하여 학술적인 부분과 함께 견학을 주도하였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달래본다. 견학을 마친 후 야외에 있는 가장 큰 고인돌 앞에서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으며 투어를 마쳤다.

이후 우리는 단체로 버스를 타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하여 이동을 하였다. 참가자들은 이미 많이 친해져 있어서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궁금하였던 질문들을 하며 식사를 하였다. 특히, 이전에 어색하여서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의 문화에 대하여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힘들었던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서로에게 열심히 질문을 던졌고 다행히도 마지막에는 각각의 문화에 대하여 어느 정도 교류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쉽게도, 캠프 내내 딱히 이렇다 할 교류 분위기 없이 일정에 쫓겨 문화 교류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만 오고 갔었다. 캠프 일정 중 시간이 많이 남을 때가 있었는데 시간 배분을 잘하여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해주었더라면 진정한 한일문화교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은 아쉬웠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서울로 이동하였고 해산하였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였고 이번 인연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채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3박 4일간의 국제 볼린티어 워크캠프를 성공리에 마쳤다.


참가 신청을 하였던 날이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후기를 작성하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다. 캠프 신청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를 했을까 가끔 생각해보기도 하다.


몇 장의 후기 보고서로 남길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사건들과 추억들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이번 워크캠프는 사람의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건드렸던 캠프였던 것 같다. 이번 캠프의 취지와 부합하지 못하였던 몇 부분과 문화 교류 장 부재의 아쉬움 등 몇 개의 단점이 있었지만 글로는 형용할 수 없는 훨씬 더 큰 가치를 안고 갈 수 있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추억을 몇 번이고 다시 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