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용하가… 日서 뜬 한국과자의 비밀

 
故 박용하가… 日서 뜬 한국과자의 비밀
[한류 로드가 열린다] <2부> ④ 한국 식품 글로벌 시장 정조준
비빔밥… 두부… 마시는 홍초… K푸드, 지구촌 입맛 확 잡는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
 
 
 
 
CJ·농심·풀무원 등 상당수 기업… 한류 스타 마케팅에 적극 활용
美·日·브라질 등서 눈부신 성장… 문화산업 한 축으로 자리매김
"단순한 마케팅·덩치 키우기 보다 철저한 현지화 노력 필요" 지적


지난해 11월29일 '2011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ㆍMAMA)'가 열린 싱가포르 인도어스타디움 야외에는 레드 카펫에 설 한류 스타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CJ그룹은 한류 전반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MAMA를 단순한 음악축제 이상으로 만든다는 전략을 세우고 CJ의 다양한 먹거리들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만들어 히트를 쳤다.

특히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이 함께한 CJ푸드월드 프레시마켓 부스는 '백설 브라우니'를 비롯해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 등의 제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브라우니를 맛본 현지 고객들은 "이게 정말 전자레인지로 만든 것이냐" "싱가포르에서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냐" "가격은 얼마냐"는 질문공세를 벌이며 국내 프리믹스 제품의 뛰어난 품질에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 행사를 전후해 CJ제일제당은 싱가포르 현지 매장 18곳에 백설 브라우니를 입점시킨 데 이어 추가적인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CJ의 사례는 K팝과 드라마 등의 인기로 점화된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류 열풍이 식품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포화상태의 내수시장과 대ㆍ중소기업의 상생 움직임 강화 속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국내 식품기업 입장에서 '복음'처럼 반가운 일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가수나 배우 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상의 식초음료 '마시는 홍초'는 일본에서 불어닥친 한류 붐에 발 빠르게 대응해 재미를 본 케이스. 마시는 홍초의 지난해 일본 매출은 500억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35배가량 성장했는데 이런 어닝서프라이즈는 인기 걸그룹 카라를 광고모델로 활용한 덕분이었다. 실제 카라가 광고모델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7~12월 현지 매출은 470억원을 기록해 상반기의 15배가 넘었다. 한마디로 일본에서 카라가 아니었다면 마시는 홍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은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일본에 진출한 지 10년가량 되는 농심도 신라면의 고객층을 10~20대로 넓히기 위해 지난해 걸그룹 티아라를 광고모델로 활용했다. 국내 제과업체로는 독보적일 정도로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뿌리 내린 오리온도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 제품이 일본 시장에 연착륙하는 데 한류 덕을 봤다. 오리온의 한 관계자는 "'고급 과자는 유럽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 힘들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박용하씨가 평소에 마켓오 과자를 즐기다 콘서트 때 일본 팬들에게 화이트데이 선물로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를 선물했고 이런 소식들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마켓오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 제품으로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이미 지난해 브라질 현지에서 150억원의 매출을 거둔 빙그레의 대표적인 히트 아이스크림 메로나도 최근 남미에까지 침투하고 있는 K팝 인기 덕분에 브라질 현지에서 국내 아이돌 그룹과 연계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토종 문화상품이 전세계적인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한국산 식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심리적인 거리감이 좁혀지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소득이다. 말 그대로 국격(國格)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징표와도 같기 때문이다. 최근 풀무원이 미국 프리미엄 두부시장에서, CJ제일제당이 북미 식품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것도 식품산업이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서 역할이 점점 커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고무적인 현상이다. CJ제일제당의 한 관계자는 "문화산업과 식품산업은 한류 콘텐츠를 채우는 양대 축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식품산업이 일방적으로 한류 덕을 보기보다는 식품산업과 문화상품이 서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상보적 관계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CJ가 글로벌 시장에서 '비비고(bibigo)' 브랜드를 통합 운용하기로 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전략 상품으로 키우고 있는 비빔밥 브랜드 비비고의 외연을 냉동만두ㆍ양념장ㆍ장류ㆍ햇반ㆍ김치ㆍ김 등 6종의 제품에까지 넓힘으로써 해외시장에서 국내 대표 식품들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식의 세계화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가까운 포괄적 개념을 현지인들의 일상 식생활 수준으로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대중문화의 힘을 빌려 마케팅에 나서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철저한 현지화로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