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박 대통령 행적 보도’ 한-일 외교 갈등 비화


검찰, 산케이 서울지국장 12일 출석 통보…출국금지 요청도
일본 외상 “보도 자유 우려…한-일 양국 관계에 영향” 밝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당일인 4월16일 오후 5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첫 서면보고를 받은 뒤 이때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행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놓고 악의적으로 보도한 <산케이신문> 기사가 또다른 한-일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하기 위해 미얀마를 방문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0일 일본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검찰의 소환 통보가) 한-일 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올들어 처음 가진 한-일 외교 장관 회담에서 “산케이가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인용해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이웃 나라 국가원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은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그러나 기시다 외무상의 반응은 한-일 외교 장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발된 가토 타쯔야(48)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게 12일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법무부에 가토 지국장의 출국금지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산케이신문>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자, 검찰도 이에 맞춰 신속히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가토 지국장은 일단 검찰에 나갈 예정이지만, <산케이신문>은 9일 검찰의 소환 통보 사실을 전하며 “출석 요구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바야시 다케시 도쿄 본사 편집국장은 “문제가 된 기사는 한국 국회 내의 질의 응답이나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 등 공개된 정보를 중심에 놓고 이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이번 소환 통보는 자유수호청년단과 독도사랑회 등 시민단체가 지난 6일과 7일 각각 가토 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청와대도 지난 7일 시민단체의 고발과 관계 없이 청와대 또는 박 대통령이 주체가 되는 민·형사상 소송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8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동선과 관련해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케이신문>은 지난 3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운영위 답변 내용과 <조선일보> 칼럼, 증권가 정보지 내용 등을 인용해 ‘세월호가 침몰한 날 박 대통령이 7시간에 걸쳐 소재 불명이 됐다’며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 뒤 주일 한국대사관은 도쿄 본사에 기사의 삭제를 요청했지만, <산케이신문>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김원철 석진환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