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사능 공포에 `최후의 자존심` 내팽개쳐

 
입력: 2012-05-06 17:52 / 수정: 2012-05-06 18:29

日, 방사능 공포에 `최후의 자존심` 내팽개쳐

54기 모두 정지…재계 "재가동 늦추면 경제 붕괴"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도마리 원자력 발전소 3호기의 모습. 지난 5일 이 발전소가 정기 점검을 위해 가동을 중단하면서 일본은 42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 제로’ 상태가 됐다. /도마리AP연합뉴스 


일본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은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골든위크’ 연휴기간에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렸다. 올여름 전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미리 재고를 확보해 놓자는 의도에서다. 오사카 공장과 연구소에는 50억엔(700억원)을 들여 자가 발전기도 설치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절전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우려했던 ‘원전 제로’ 상황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홋카이도전력의 도마리(泊) 원전 3호기는 지난 5일 오후 11시께부터 전력 생산을 중단했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던 54기의 원자로(폐쇄된 후쿠시마 제1원전 4기 포함)가 모두 멈춰선 것이다. 1970년 2기뿐이던 원자로가 동시에 정기점검에 들어간 이후 42년 만에 처음 맞는 ‘원전 제로’ 상황이다. 작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54기 중 37기가 가동 중이었다. 

원전의 전면적인 가동 중단으로 일본 전역은 올 여름철 내내 전력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간사이(關西) 지방은 예년에 비해 15% 정도 전력이 모자랄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일본제철은 여름철 조업시간을 전력 수요가 적은 야간으로 바꾸기로 결정했고, 유통업체인 다이에 등 상당수 기업들은 근무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자체 서머타임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긴테쓰(近鐵)백화점은 점포 조명의 약 60%를 전기 사용량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했다.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은 최근 절전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로부터 한 달에 1000엔씩 세금을 걷어 절전에 협력한 기업에 장려금을 준다는 발상이다. 

재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 회장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지 않으면 일본 경제는 붕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원전 제로… 日 ‘지옥의 여름’

火電노후로 대체전력 비상<br/>다양한 절전대책 실낱 기대 동아일보 | 입력2012.05.07 03:09 | 수정2012.05.07 03:14

기사 내용

[동아일보]

원자력발전 없는 새 시대가 열릴 것인가, 아니면 기울어가는 일본 경제를 강타하는 결정타가 될 것인가.

5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도마리(泊)원전 3호기의 운전정지로 일본의 원전이 모두 멈췄다. 원전 도입 국가 가운데 사고 발생 1년여 만에 모든 원전을 가동 중단한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은 전체 전력생산량의 30%를 차지해온 원전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지금까지는 지역별 전력회사들이 천연가스나 석유를 활용한 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체해왔지만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피크전력 시간대(오후 1∼4시)에 필요한 전력량을 고려하면 10% 이상 부족하다. 특히 원전 의존율이 50%를 넘는 간사이 지역은 여름철 전력 부족이 1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구원투수 역할을 맡고 있는 화력발전 시설은 낡았다. 석유 화력발전의 경우 1973년 전력생산 비중이 73.2%였지만 2010년 현재 8.3%로 줄었다.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풀가동되고 있는 천연가스나 석탄 화력발전 역시 지은 지 40년이 넘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화력발전이 1기라도 정지하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1년간 일본의 화력발전은 능력 이상으로 과도한 운전을 해왔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

결국 기댈 것은 전력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지만 이미 쥐어짤 만큼 짰기 때문에 더는 절전 여력이 없다. 지난해 이미 일본의 제조업체, 슈퍼, 대형 빌딩 등 상업시설은 전년 대비 전력사용량을 14% 이상 줄였다.

일본 전력업계는 일반 가정의 절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정 부문의 지난해 절전량은 전년 대비 6%에 그쳐 절전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는 오사카는 절전 가정만이 참여할 수 있는 '절전 도전 복권'까지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형 전기 계량기를 집집마다 달아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7월부터는 오후 1∼4시에 직원들을 강제로 쉬게 하는 '시에스타(낮잠) 휴가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매달리고 있다. 가나가와 현 오다가와 시는 지난해 말부터 일반주택과 공공시설의 옥상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주고 있다. 후쿠시마 현은 해안가에 풍력발전소를, 온천지역에 지열발전소를 준비 중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